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세상을 바꾸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 법

달달일상

by 소소planet 2023. 8. 16. 11:16

본문

728x90
SMALL

이틀 전부터 기름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주유를 해야 하는데 '담에 하지 뭐'라는 생각에 그 많은 주유소를 지나쳤습니다. 

 

  올해 1월쯤 퇴근 길에 4차선 도로에서 차가 멈춘 적이 있습니다. 액셀을 밟아도 차가 나가지 않아
당황했었는데, 그 짧은 순간 오른쪽에 편의점이 보였고 편의점 앞 주차장이 보였습니다. 차는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고 겨우 주차장 입구에서 완전히 작동을 멈췄습니다.

'세상에 누가 차가 멈추는 순간까지 천하태평일까?'

했었는데...

주유를 했어야 했는데 '설마' 하는 맘에

하루, 이틀, 삼일이 지났습니다.

저녁 9시!

차들은 쌩쌩 달리고 있었고 아슬아슬하게 주차장 입구에서 운전석 문을 열어 실내등을 켜 놓고

부랴부랴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도로 위였다면 레커차가 와야 했지만 다행히 주차장

입구에 걸치고 있어서 보험사가 왔습니다.

1시간 여를 기다려서 보험사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왔습니다.

그가 들고 온 하얀 플라스틱 통에는 석유가 들어 있었습니다.

보험사 직원은 아주 야박하게 2리터를 주고 갔습니다. 그 정도면 가장 가까운 주유소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겨울밤에 1km를 가서 주유소를 찾았습니다.

거리에서 2시간가량을 낭비하고서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틀 전에 들어온 경고등은 출근길에 반드시 주유소에 가야만 하는 이유였습니다.

오늘 할 일과 이번 주 할 일들이 머릿 속에 가득했습니다. 또 개인적인 일도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책도 읽어야 했고, 글도 써야했고, 붓글씨도 써야 했습니다. 

출근길 주유소는 한적했습니다. self 주유소.

무거운 머릿속을 정리하며 주유를 하고 회사로 출발했습니다.

회사 근처 어느 초등학교 앞 제한속도 30.

슬금슬금 가는 중에 신호가 빨갛게 바뀌었습니다. 나는 정차를 했고, 내 뒤에는 택배차가 섰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택배차에서 기사가 내렸습니다. 나는 백미러를 봤습니다. 기사가 무표정하게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왔습니다.

'무슨 일이지? 내가 잘못 한 게 있나? 뭐지 뭐지?'

기사는 내차로 오는 게 분명했습니다.

'뭐지? 창문을 열어야 하나?'

기사는 무표정하게 내차 주유캡 앞에 멈췄습니다. 

'읍쓰, 주유캡이 열려있다니!'

기사는 시크하게 주유캡을 재빠르게 닫아주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자기 차로 돌아갔습니다.

어떤 질타도 없이, 어떤 감사 인사도 바라지 않고!

나는 놀랐습니다.

신호가 바뀌기 전에 얼른 내려서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얼마 있지않아 초록 신호가 들어왔습니다. 나는 직진을,  그는 좌회전을 하고 사라졌습니다.

  나는 트렁크가 열린 채로 운전하는 사람을 보거나, 주유캡을 열어놓고 운전하는 사람을 봤을 때 '누군가 알려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그저 보고만 있었었습니다. '아이고, 김여사구먼' 하고 놀렸고요 

그러나 누군가는 이렇게 행동으로 실천을 해 주셨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누구든지 '김여사'가 될 수 있습니다.  실수하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실수를 덮어주는 조용한 행동!

그는 남을 돕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행동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을 존경합니다.

 

생각이 많으면..... 실수가 늘어난다.

돌이켜 보니 처음 운전을 했을 때 타이어에 펑크가 났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차를 여기저기 몰고 다녔습니다. 

달리는 중에 어떤 분이 창문을 열고 타이어를 가리키며 펑크가 났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당황해 정차를 하고 보니 타어어 휠이 망가질 정도로 타이어는 펑크가 크게 나 있었습니다. 다행히 휠을 망가지지 않았습니다.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데 누군가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누군가는 눈을 돌려버립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람에게 또는 세상일에 관대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세상사에 무관심해진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냥 뭐 누군가 하겠지. 굳이 내가? 내 일이나 잘하지 뭐 ' 

  오늘따라 출근길이 가볍습니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기를 원했었는데 일할 곳이 있어서 좋다, 동료가 있어서 좋다, 내 일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택배기사의 행동에 제 삶이 따뜻해졌습니다.

그 분의 행동은 나비효과가 되어 나를 행동하게 만들 것입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은 익명으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 법이라고요.

무한경쟁의 쳇바퀴 위에서 앞만 보고 달릴 것인가? 일 자체에 만족감과 성취감을 조용히 느낄 것인가? 

나는 묵묵히 맡은 일에 몰입하고 나의 내면을 발전시키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당신은 인비저블입니까?

반응형
LIST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