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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한국고전소설 검녀(劒女)

소설

by 소소planet 2024. 4. 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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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소설 검녀를 아시나요?

 

온라인 교육으로 한국고전소설 낭독극 대본 작성 프로그램이 있어 참여를 하면서 알게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조선후기 안석경이라는 학자의 문집에 있는 내용입니다.

조선후기라는 시대에 당당한 여성상을 그린 것이 놀라웠고, 검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통해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을 볼 수 있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검녀]

 

삼남 지방에  재주가 있고 명성이 높은 진사 소응천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어떤 아름다운 여인이 그를 찾아와 말했습니다.

"선생의 명성은 익히 들었사옵니다. 제가 미천한 몸으로 첩이 되고자 하니 허락해주실는지요?"

"너는 처자의 몸으로 남자에게 제 발로 찾아와 첩이 되겠다고 하다니 규중처자의 도리가 아니로구나. 

너는 남의 집 종이냐, 창기냐, 아니면 남자와 상관하고도 아직 그대로 처녀처럼 머리를 땋아 늘이고 있는 것이냐?"

"저는 종입니다. 주인집은 이미 멸문당하여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제 나름으로 한가지 결심하기로 범상한 남자를 섬겨 일생을 마치리라 다짐하였지요. 그래서 제가 남복을 하고 행세를 했기 때문에 소홀히 몸을 더럽히지 않았습니다. 

선생처럼 천하의 재주있는 선비를 택하여 청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응천은 그녀를 소실로 받아들여서 몇 년 동안 살게되었습니다.

 

하루는 밝은 달밤에 그녀가 술과 향긋한 안주를 차려놓고서 그녀의 과거사를 고백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본디 모씨 댁의 종이었습니다. 마침 주인댁의 소저와 같은 해 태어나 소저의 소꿉 시중을 들게 되었고, 소저가 시집갈 적에 소저를 따라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이 아홉살 적에 주인댁이 어느 권세가에게 멸문을 당해 논밭도 전부 빼앗기고 오직 소저와 유모만이 목숨을 부지해서 타관으로 피신을 했습니다. 

 

 소저는 10세를 갓 넘기자 저와 남장을 하고 멀리 검객을 찾아 떠났지요.  2년이 지나서야 검객을 만나 칼 쓰는 법을 익혔고, 5년이 지나자 공중을 날아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도회지로 다니면서 묘기를 팔아 돈을 벌어서 보검 네 자루를 샀지요.

 

그리고 묘기를 자랑하러 온 사람인 양하고 원수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달빛을 타고 칼을 휘둘러 칼날이 번뜩이는 곳에 떨어진 머리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원수의 집 안팎식구가 모두 붉은 피를 쏟고 쓰러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늘을 날고 춤추며 돌아왔지요. 소저는 목욕을 하고 여복으로 갈아입고 나서 술과 안주를 마련해 부모의 산소에 가서 복수한 사실을 고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당부하기를

"나는 아들로 태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비록 세상에 살아남더라도 가문을 이을 도리가 없구나. 남장으로 8년간 천리를 횡행하였으니, 비록 남에게 몸을 더럽힌 바 없으나 어찌 규중처자의 행실이라고 하겠느냐? 혼인을 하고 싶어도 배필이 나서지 않을 것이요, 배필이 있다 한들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날 수 있겠느냐? 또한 나의 가문이 대대 독신으로 손이 끊겨서  나의 혼주가 되어줄 분인들 어디 있겠느냐? 나는 여기서 자결하여 죽는 것만 못하다. 너는 나의 한 쌍 보검을 팔아서 나를 이곳에 묻어다오. 죽은 몸이나마 부모의 곁으로 돌아가게 되면 나는 여한이 없겠다. 너는 나와 처지가 다르니 나를 땅에 묻은 다음에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녀보아 명성이 높고 재주가 뛰어난 선비를 잘 택하여 그의 처나 첩이 되도록 하여라. 너 역시 기이한 포부와 걸출한 기상이 있는데 어찌 평범한 남자에게 일생을 머리 숙이고 고분고분 살겠느냐?"

 

 

 

  그렇게 소저는 칼날에 엎드려 자결해 죽었습니다. 저는 소저의 말대로 한 쌍의 보검을 팔아 돈 5백냥을 마련해서 즉시 소저의 장사를 치르고 나머지 돈으로 논밭을 사서 제사를 받들도록 했습니다.

  저는 그대로 남장을 하고서 3년을 돌아다니던 중 고명한 선비로 선생 같은 분이 없다기에 스르로 결심하고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을 보니 문장의 잔재주와 천문,역학,산학 및 사주,점,부적,도참 등 잡술 뿐이요, 마음을 닦고 몸을 지키는 큰 방법과 세상을 다스리고 후세에 모범을 보이는 높은 도에는 멀리 미치지 못하십니다. 그럼에도 재주있는 선비라는 이름을 듣고 있다니 당치 않습니다. 실상이 없는 이름은 평상시에도 화를 면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난세를 당해서야 말할 것 있겠습니까? 선생은 이제부터 근신을 해도 안온하게 일생을 마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산림에 은거하지 마시고 그저 적당하고 평범하게 전주 같은 도회지에 살면서 아전 부류의 자제나 가르치며 의식의 충족을 도모하고 달리 포부를 가지 않으시면 세상의 화를 면할 수 있으리라.

 

 제가 선생이 재주있는 선비가 못 되는 줄을 알면서도 그냥 모시고 산다면 저 자신이 결심한 바를 저버리는 것이요, 소저의 당부까지 어기는 것입니다. 저는 내일 새벽에 떠나렵니다. 먼 바다와 호젓한 산중에서 노닐렵니다. 남장을 그대로 두었으니 가뿐히 차려입고 나설 것입니다. 어찌 다시 여자로서 음식을 장만하고 바느질하는 일에 얽매여 살아가리까?

 

 

 돌아보건대 지난 3년간 가까이 모신 끝에 작별의 예가 없을 수 없으며, 빼어나 재주를 끝내 숨겨서 선생에게 한번도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올하고 하지 못하겠습니다. 선생은 아무쪼록 술을 많이 자시고 담력을 한껏 내어 구경하옵소서"

 

 

 소응천은 놀랐습니다. 얼굴이 붉어지고 입이 얼어붙어서 한마디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들어 올린 술잔을 받아 마실 뿐이었습니다.  그가 보통 주량만큼 마시고 술잔을 내려 놓으려 하자 그녀는

 

 "칼바람이 여간 매섭지 않습니다. 정신이 굳세지 못하시니 술기운에 의지해서 버텨야 합니다. 흠뻑 취하지 않으면 안 되지요."

 

하며, 거푸 10여 잔을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말술로 들이켰습니다. 술이 거나해지자 그녀는 푸른 모시 두건, 붉은 비단옷, 노란수를 놓은 허리띠, 하얀비단바지, 얼룩무소뿔 장식을 한 신을 갖추고 서릿발이 서리를 연화검 한 쌍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녀는 치마저고리를 훌렁 벗어던지고 가뿐한 옷으로 갈아입더니 두번 절하고 일어섰습니다.

 

  그녀는 사뿐히 움직이는 모습이 물 찬 제비 같았습니다. 별안간 공중으로 칼이 날자 몸이 따라서 솟구쳐 칼을 잡아 옆구리에 끼었습니다. 처음에는 검광이 사방으로 흩어져 꽃잎이 날리고 얼음이 부서지더니, 중간에는 둥글게 모여서 눈이 녹고 번개가 번쩍이고, 끝에 가서는 훨훨 하늘로 비상하여 고니처럼 높이 오르고 학처럼 날아서 사람이 보이지 않는데 칼이 보이랴! 다만 한 가닥 하얀 빛이 동쪽을 치고 서쪽에 부딪히며, 남쪽에서 번뜩이고 북쪽엣 번뜩하여 휙휙 바람이 나고 싸늘한 빛이 하늘에 서렸습니다. 이윽고 부르짖는 외마디소리와 함께 휙 하고 뜰에 선 나무가 베어지면서 칼이 떨어지자 사람이 우뚝 섰습니다. 남은 빛과 못다 한 기운이 차갑게 사람을 싸고돌았습니다.

 

 소응천은 처음에 긴장하고 앉았다가 중간에 벌벌 떨더니 마침내 쓰러져서 거의 인사불성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칼을 칼집에 집어넣고 옷을 고쳐입고 따끈한 술로 기분을 살리는  것이었습니다. 소응천은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렸습니다.

 

  이튿날 새벽에 그녀는 과연 남장을 하고 떠났습니다. 어디로 갔는지 그 행방을 아득히 알 길이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조선시대 저런 여성을 그렸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세상을 읽을 줄 아는 여자로 어찌보면 남자의 그늘에 그저 편하게 살 수도 있었을텐데, 남자의 그릇이 크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홀연히 떠났다는 것에 흔히 영화에 나오는 검객의 모습도 보여졌습니다.

검술 묘기에서는 무협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신분이 낮았음에도 세상을 읽을 줄 알고, 실제보다 명성이 부풀려져 있는 소응천에게 처세술을 알려주는 모습을 보며 문무가 겸비한 여성의 모습이었습니다. 부러운 모습이기도 했구요.

넓은 세상을 찾아 홀연히 떠나는 모습 또한 흔히 멋지다는 표현으로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성검객의 모습을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모습으로 담담하고 멋지게 잘 그렸습니다.

 

지금이나 그때나 사람들이 시기와 질투, 남에 대한 비방은 존재하나 봅니다.

잘되는 것을 못 참고 끌어내리고 싶어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직장에서도 현명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찾아야 할 때인가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Gpvv-eMwnE&t=1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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