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 햇살을 / 그녀의 글을 탐하다
비! 봄을 부르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정적이 흐르는 낡은 청사의 지붕 위로 빗소리만이 시골의 정막을 깨고 있었다. 청사의 문이 열리고 빗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그는 그곳에 서 있었다.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술에 취한 듯 휘청이는 걸음걸이, 한 번도 세탁하지 않아 때가 옷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은 점퍼, 추위에 얼어버린 손등 위로 기름때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누군가와 시선을 마주치려 애쓰는 그와 그의 시선을 피하려는 직원들 간의 작은 신경전이 느껴졌다. 힘겹게 마주친 그녀와의 시선! 그는 이때다 싶어 그렇게 성큼성큼 다가섰다. 1미터의 민원대를 사이에 두고 술냄새가 그녀에게 전해졌다. "어떻게 오셨어요?" "젊은 아가씨! 내가 말이여. 말소가 되었다는구만... 저기 수원 가는 길 고속도로 ..
낭자 헌정곡
2023. 8. 30. 21:32